판례 “온수 배관 교체 이행하라” 입대의 회장 상대 가처분 기각 [김미란의 판례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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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의 경위
가. 본건 아파트는 북부수도사업소에서 추진 중인 아파트 노후 공용배관 교체 지원사업 대상이다. 공사비 지원신청서 등 관련 서류가 제출되지 않아 사업추진이 지연되자 수도사업소는 2025. 6. 24.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A회장과 B관리사무소장에 ‘공사비 지원신청서 등 관련 서류가 제출되지 않아 사업 추진이 지연되므로 2025. 7. 14.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기한 내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교체 지원이 취소되고 관련 예산도 반납 처리될 예정이다’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나. 이에 A회장은 2025. 7. 14. 수도사업소에 ‘현재 공사 진행이 원활하지 않고, 입대의를 개최해 2025년도 지원금 반납 및 2026년도 노후 공용배관 교체 지원 예산 요청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니 2025. 7. 31.까지 기한을 연장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자 B소장, 입주민 C 등은 A회장을 상대로 공사비 지원신청서 등 날인이 필요한 서류에 날인하고, 관리사무소장에게 인도하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다. 과연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법원은 채권자들의 신청을 기각하며 A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법원의 판단
가. 당사자 적격 인정
A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한 사안을 대외적으로 집행하는 지위에 있을 뿐이므로 채무자적격이 없고, 채권자인 B소장, C입주민 등은 A회장에게 어떤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는 법률상 지위에 있지 않아 채권자적격이 없다. 따라서 본 가처분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항변한 데 대해 법원은 이행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내세운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채권자가 그와 같은 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로써 채권자에게 당사자적격이 있는 것이고, 의무 이행자라고 주장된 자에게 채무자적격이 있는 것이므로 채권자들이 각 서류에 날인 및 인도를 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한 이상 그 주장 자체로 당사자적격은 인정된다. 따라서 A회장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피보전채권 없음
채권자들이 A회장에게 날인 및 인도를 구하는 각 서류는 북부수도사업소로부터 공사 지원금을 신청하는 데 필요한 서류들이다. 지원금을 신청하려면 입대의와 공사업체가 공사계약을 체결할 것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해당 업체는 낙찰자로 선정됐을 뿐 본건 아파트 입대의와 아직 공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채권자들이 본건 아파트 입대의로 하여금 위 업체와 공사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률상·계약상 권리 내지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공동주택관리법 제64조 제2항이 정한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속한다고도 볼 수 없고, 입주민들의 재산권, 환경권, 건강권으로부터 이를 강제할 구체적인 권리가 도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보전의 필요성 없음
A회장이 각 서류에 날인 및 인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북부수도사업소로부터 공사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는 금전적 손해에 불과하다. 그밖에 달리 채권자들에게 금전으로 전보되지 않는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본건 아파트 온수 배관 중 긴급히 공사가 필요한 부분은 이미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본건 아파트 입대의가 해당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는 이상 본건 아파트 입대의에게 위 계약의 체결을 강제하더라도 계약의 이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입대의가 민법 제673조의 해제권을 행사함으로써 오히려 공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해당 서류에 날인 및 인도를 구하는 가처분을 시급하게 명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평석
예전에 면접을 볼 때 직원의 법적 소양을 확인하기 위해 가압류와 가처분의 차이를 설명해 보라고 하고는 했다. 기본적인 내용인데도 명확하게 차이를 설명하는 답변을 듣기 어렵다. 보전처분인 가압류, 가처분의 차이는 피보전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 가압류, 금전채권 이외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 가처분이다.
부동산 가압류, 채권 가압류 등은 모두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고,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입찰절차 중지 가처분 등은 모두 금전채권 이외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임을 떠올리면 선명해진다.
채무자가 서류에 날인하도록 강제하려고 법원에 보전처분을 신청했으니 가처분을 활용한 것이다. 가압류가 됐든, 가처분이 됐든 법원에서 인용되려면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소명돼야 한다. 위 사안은 피보전권리도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김미란 변호사
hapt@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s://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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