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낙찰자 선정 전, 공사예정가 초과 이유 유찰은 적법" [김미란의 판례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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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경위
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균열 보수 및 재도장 공사 등(이하 ‘본건 공사’)을 하기로 결정하고 공사 업체 선정을 위해 2023. 3. 23. 공동주택정보관리시스템에 입찰공고(이하 ‘본건 입찰’)를 했다. 본건 입찰은 제한경쟁입찰, 최저가 낙찰을 그 내용으로 한다.
나. 본건 입찰 당시 A사가 기재한 입찰가액은 8억9500원으로 최저가였다.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서류제출마감일인 2023. 4. 5. 다음 날 개찰을 했고, 2023. 6. 1.에 이르러 공동주택정보관리시스템에 ‘예정가를 넘어서 유찰’했음으로 등록했다.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본건 공사에 대해 2023. 4. 19. 다음 달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고, 2023. 5. 17.자 회의에서 다음에 논의하기로 했으며 2023. 9. 20.자 회의에서 검토 후 추후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다. A사는 2023. 9. 5. ‘본건 입찰 공고 후 두 달 이상이 지난 시점에 유찰됐음을 등록했는데,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공사업체 선정하는 경우 상한가를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정가를 넘어서”는 유찰 사유가 될 수 없고, 민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니 최저가 입찰 업체인 A사를 공사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문서를 보냈다. 이에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23. 9. 22. ‘본건 입찰 결과 당초 예상했던 공사금액보다 상회하고 현장 설명회 때 제시한 금액과 비교해도 이에 초과돼 당혹스럽다’며 ‘입찰 결과대로 공사 진행하기 위해 면밀히 검토했으나 장기수선충당금 적립급을 상회해 법을 어기면서 공사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라. 이에 A사는 본건 입찰을 거쳐 낙찰자로 결정됐으므로 본계약 체결 의무를 위반한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예약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를 제기했다.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낙찰자 결정이 없었고 결국 유찰된 이상 A사를 낙찰자로 볼 수 없다며 다퉜다.
라. 과연 법원의 판단은 어떠했을까. 법원은 A사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며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의 판단
가. 본건 입찰공고의 법적 성격은 청약의 유인
본건 입찰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본건 공사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것으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입찰공고는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고 공사업체들이 본건 입찰에 참여하는 행위가 청약에 해당하며 본건 아파트 입대표의 낙찰자 결정이 승낙에 해당한다. 낙찰자 결정을 하면 비로소 건 공사에 대한 공사계약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한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나. A사가 낙찰자 지위에 있는지 여부
A사는 본건 입찰 공고 당시 ‘예정가’ 또는 ‘장기수선충당금 적립금’을 입찰 상한가로 제한하는 공고가 없었고, 설령 있었더라도 낙찰 기준은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6조 제1항 각호가 정하는 방법에 따라야 하므로 예정가격 자체가 지침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므로 예정가격이 낙찰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예정가격에 맞지 않는 입찰가격이 입찰의 무효, 유찰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국토교통부 회신 및 관할 구청의 민원 답변을 근거로 낙찰자 지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지침이 입대의 측 사정으로 낙찰자 선정 결정 이전에 입찰절차를 취소하거나 유찰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없고, 아파트 측 예산이나 공사내용 변경 등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음에도 낙찰자 선정 결정 이전에 입찰 절차를 취소하거나 유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계약체결의 자유 원칙에 반해 부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사업자 선정지침 제31조 제2항은 낙찰자가 계약 거절시 입찰보증금을 포기하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바, 발주자 측 역시 낙찰자 선정 결정 후에도 입찰보증금 배액 상환 후 계약체결을 포기할 수 있음은 물론 그 전 단계인 낙찰자 선정 결정 전에 입찰절차 취소 또는 유찰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한 점에 비춰 유찰이 부적법하거나 그로 인해 최저가로 입찰한 A사를 낙찰자로 결정할 의무가 있다거나 A사가 낙찰자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평석
계약은 ‘청약’과 ‘승낙’이라는 양 당사자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한다. 입찰 과정은 발주자의 입찰 공고에 여러 업체가 응찰하고, 발주자가 낙찰자를 결정한 후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 입찰공고는 ‘청약’이라는 의사표시를 이끌기 위한 ‘청약의 유인’일 뿐이고, 여러 업체가 입찰 과정에 응하는 ‘응찰’이야말로 ‘청약’에 해당한다.
발주자가 여러 응찰자 가운데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이 ‘승낙’에 해당하므로 낙찰자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발생하는 예약이 성립하게 된다. 따라서 낙찰자가 결정되기 전이라면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도 없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없다.
김미란 변호사
hapt@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s://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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